성장은 기하급수적이다 — 그 말이 맞는 곳과 틀린 곳

성장은 기하급수적이다 — 그 말이 맞는 곳과 틀린 곳
석 달을 매일 붙잡았는데, 지금 만든 게 석 달 전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슬슬 그만둘 이유를 찾게 됩니다.
그 느낌은 착각이 아닙니다. 그 구간에서는 실제로 티가 안 납니다. 문제는 거기서 내리는 결론입니다. 대부분 "나는 안 되나 보다"로 갑니다. 곡선을 잘못 읽어서 생기는 일입니다.
사람 머리는 곱셈을 직선으로 봅니다
돈으로 먼저 보겠습니다. 사람들에게 "연 7% 복리로 10년 두면 얼마가 되냐"고 물으면, 대부분 실제보다 훨씬 적게 답합니다. 머릿속에서 7%를 열 번 더해서 70% 정도로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약 2배입니다.
이건 사람 전체에 깔린 버릇입니다. 스탱고와 진먼(Stango & Zinman)은 이걸 지수 성장 편향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곱해지는 걸 만나면 뇌가 자동으로 직선으로 바꿔서 본다는 뜻입니다. 이 버릇이 심한 가구일수록 빚을 더 많이 지고 저축을 덜 한다는 것까지 데이터로 확인됐습니다.
실력에도 똑같은 착시가 걸립니다. "매일 1%씩 늘면 1년에 37.8배"라는 계산, 아마 어디선가 보셨을 겁니다. 맞는 계산입니다. 그런데 이 계산에서 사람들이 놓치는 건 결과값이 아니라 중간 과정입니다.
매일 1%씩 늘 때, 직선으로 예상한 값과 실제 값이 언제부터 벌어지는지 보겠습니다.
- 30일 뒤 — 예상 1.30배 / 실제 1.35배
- 90일 뒤 — 예상 1.90배 / 실제 2.45배
- 180일 뒤 — 예상 2.80배 / 실제 6.00배
- 365일 뒤 — 예상 4.65배 / 실제 37.8배
첫 달에는 차이가 0.05배입니다. 눈으로 구분이 안 됩니다. 곱셈이 직선을 확실히 따돌리는 건 반년이 지나서입니다.
그러니까 지수 곡선의 진짜 특징은 "폭발한다"가 아닙니다. 한참 동안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정확히 그 구간에서 그만둡니다.
그런데 "매일 1%"는 사실 거짓말입니다
여기서 방금 한 계산을 뒤집어야 합니다.
기술 하나를 붙잡고 연습할 때, 실력은 매일 1%씩 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움직입니다.
히스코트, 브라운, 뮤홀트(Heathcote, Brown & Mewhort)는 지각·인지·운동 과제 40종의 학습 데이터를 개인 단위로 다시 분석했습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한 가지 과제를 연습할 때 실력은 남아 있는 개선 여지의 일정 비율씩 좁혀집니다. 쉽게 말하면, 처음에 제일 많이 늘고 잘할수록 덜 늡니다.
처음 한 달에 30%가 늡니다. 다음 달에 15%. 그다음 달에 7%. 계속 늘긴 하는데, 늘어나는 양 자체가 계속 줄어듭니다.
이 모양이 바로 S자 곡선입니다. 출발할 때는 지수 곡선처럼 보이다가, 어느 지점부터 기울기가 눕고, 결국 천장에 가까워집니다. 인구 증가든 신제품 보급이든 한계가 있는 성장은 다 이 모양을 그립니다.
그러니까 앞의 그래프와 이 그래프는 서로 반대 방향을 가리킵니다. 둘 다 맞습니다. 재는 대상이 다를 뿐입니다.
그럼 진짜로 기하급수인 건 뭔가
기준은 하나입니다. 더해지는 것이냐, 곱해지는 것이냐.
기술 하나의 숙련도는 더해집니다. 그래서 눕습니다. 하지만 곱해지는 것들이 따로 있습니다.
첫째, 조합의 수. 할 줄 아는 게 3개면 짝지을 수 있는 경우가 9가지입니다. 5개면 25가지입니다. 2개 늘렸을 뿐인데 쓸 수 있는 카드가 16가지 늘었습니다. 리깅만 하는 사람과 리깅에 스크립트를 붙인 사람의 차이가 여기서 납니다. 실력이 2배가 된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의 종류가 곱해진 겁니다.
둘째, 안 사라지는 것들. 어제 만든 리그는 오늘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작년에 짠 스크립트는 올해도 돌아갑니다. 이런 건 쌓입니다. 반면 어제 부린 근성은 오늘 0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셋째, 시간을 돌려주는 것들. 두 시간짜리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면 그 두 시간이 매번 돌아옵니다. 그 시간으로 또 뭔가를 만들면, 그게 다시 시간을 돌려줍니다. 여기서 진짜 복리가 붙습니다.
세 가지 다 공통점이 있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곱해지지 않습니다. 남는 걸 만들어야 곱해집니다.
그래서 실제로 뭘 바꾸나
정체기를 만났을 때 답이 바뀝니다. 지금까지의 기본값은 "더 열심히"였습니다. 그런데 곡선이 눕는다는 건 그 기술이 천장에 가까워졌다는 신호입니다. 같은 기술에 시간을 더 부으면 수익률이 제일 나쁜 곳에 넣는 셈입니다.
정체기는 그만두라는 신호가 아닙니다. 할 줄 아는 걸 하나 더 늘릴 때가 됐다는 신호입니다.
세 가지만 점검해보면 됩니다.
- 지금 기술이 곡선의 어디쯤인가. 지난 한 달에 쓴 시간과, 그 사이 나아진 정도를 견줘봅니다. 시간은 그대로인데 나아진 폭이 지난달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면 곡선이 눕기 시작한 겁니다.
- 오늘 한 일 중에 내일도 남는 게 있나. 없으면 그날은 더해진 날이고, 있으면 곱해진 날입니다. 매일 하나만 남겨도 1년이면 재고가 생깁니다.
- 눕기 시작한 기술 옆에 뭘 붙일까. 전혀 다른 분야일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하는 일에서 제일 자주 짜증 나는 반복 작업, 그걸 없애는 기술이 보통 제일 잘 붙습니다.
알면 좋아지는 점
초반에 그만두지 않게 됩니다. "티가 안 나는 건 원래 그렇다"를 알고 시작하면, 3개월째의 답답함이 실패 신호로 안 읽힙니다. 그냥 지도에 있는 구간입니다.
정체기의 처방이 바뀝니다. 예전에는 같은 걸 더 오래 붙잡았습니다. 이제는 옆에 뭘 붙일지를 먼저 봅니다. 같은 시간을 써도 결과가 다릅니다.
노력의 종류를 구분하게 됩니다. 사라지는 노력과 쌓이는 노력이 나뉘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루에 하나만 남겨도 된다는 걸 알면, 매일 다 갈아 넣어야 한다는 압박이 줄어듭니다.
모르면 겪는 문제
제일 잘 늘던 사람이 제일 먼저 그만둡니다. 첫 달에 확 늘었다가 둘째 달에 덜 느는 건 곡선의 정상적인 모양인데, 이걸 "재능이 여기까지인가 보다"로 읽습니다. 초반 상승폭이 컸던 사람일수록 그 낙차를 크게 느낍니다.
천장에 붙은 기술에 시간을 계속 붓습니다. 이미 90점인 걸 92점으로 올리는 데 반년을 씁니다. 같은 반년이면 새 기술을 0점에서 60점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조합의 수로 보면 후자가 압도적입니다.
1년 뒤에 남은 게 없습니다. 매일 열심히 했는데 보여줄 게 없는 상태가 됩니다. 더해지는 일만 하면 이렇게 됩니다. 시간은 똑같이 썼는데 재고가 0입니다.
"복리가 터질 때까지 버텨라"가 틀린 이유
"성장은 기하급수적이다"는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기술 하나를 파는 곡선에는 기하급수가 없습니다. 초반에 제일 많이 늘고, 갈수록 눕고, 천장이 있습니다. 그 곡선 위에서 아무리 오래 버텨도 곱셈은 시작되지 않습니다. 버티기는 곡선의 모양을 바꾸지 못합니다.
기하급수는 곱해지는 것에만 붙습니다. 쌓인 결과물, 늘어난 조합, 시간을 돌려주는 도구. 이건 남겨야 생깁니다.
그래서 오늘 할 일은 하나입니다. 오늘 만든 것 중에 내일도 남을 걸 하나만 고르는 겁니다. 그게 곱셈의 첫 항입니다.
출처
리깅 파이프라인 자동화 도구
반복 작업은 스크립트에게. 현업에서 쓰는 리깅 툴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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