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셋: 파킨슨의 법칙 — 일은 주어진 시간만큼 늘어난다

일은 왜 항상 마감 직전에 끝날까?
방학 숙제를 떠올려 보자. 방학은 한 달이나 되는데, 숙제는 언제 끝났을까? 대부분 개학 전날 밤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숙제 양은 그대로인데, 시간을 한 달이나 줬더니 한 달을 꽉 채워서 끝났다.
어른들의 일터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여기에 이름을 붙인 사람이 있다. 바로 파킨슨의 법칙이다.
파킨슨의 법칙이 뭐야?
한 문장으로 말하면 이렇다.
"일은 주어진 시간을 꽉 채울 때까지 부풀어 오른다."
1955년, 영국의 해군 역사가였던 시릴 노스코트 파킨슨이 잡지에 쓴 글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영국 관공서를 오래 지켜봤다. 그리고 신기한 걸 발견했다. 해야 할 일이 늘지 않았는데도, 공무원 숫자는 해마다 계속 늘어났다. 일이 많아서 사람이 느는 게 아니라, 사람이 있으니까 일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비유하자면 일은 풍선 같다. 작은 상자에 넣으면 작게 들어가고, 큰 상자에 넣으면 크게 부풀어서 상자를 꽉 채운다. 일의 진짜 크기는 정해져 있지 않다. 우리가 준 시간의 크기만큼 커진다.
일하는 사람이 실제로 겪는 장면
나 같은 개발자나 디자이너의 하루를 예로 들어 보자.
어느 날 "로고 하나 만들어 주세요. 일주일 드릴게요"라는 부탁을 받았다. 어떻게 될까? 첫 이틀은 자료만 찾는다. 셋째 날은 "더 좋은 게 있을 것 같은데" 하며 이것저것 건드린다. 넷째 날은 색만 백 번 바꾼다. 그러다 마지막 날 밤, 결국 처음 떠올렸던 안으로 돌아가서 완성한다.
그런데 똑같은 부탁을 "내일까지 해 주세요"라고 받으면? 신기하게도 하루 만에 끝난다. 그리고 결과물의 수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주일짜리 로고가 일곱 배 좋은 게 아니다. 남는 시간 대부분은 고민하는 척, 다듬는 척하는 데 쓰였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만들 때도 똑같다. 시간을 넉넉히 받으면 꼭 필요하지 않은 기능까지 붙이고 싶어진다. 버튼 색을 고르는 데 한나절을 쓴다. 일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시간이 남아서다.
알면 좋아지는 점
이 법칙을 알고 나면, 시간을 거꾸로 쓸 수 있게 된다.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먼저 시간을 정해 버리는 것이다.
"이 글쓰기는 2시간 안에 끝낸다"라고 먼저 선을 그으면, 신기하게도 머리가 중요한 것부터 찾기 시작한다. 색을 백 번 바꾸는 대신 "이 정도면 충분한가?"를 먼저 묻게 된다. 나는 큰일을 받으면 일부러 잘게 쪼개서, 조각마다 짧은 마감을 붙인다. 그러면 풍선이 부풀 틈이 없다. 저녁이 있는 삶은 덤으로 따라온다.
모르면 겪는 문제
반대로 이 법칙을 모르면 이런 함정에 빠진다.
첫째, "시간이 부족해서 못 했다"는 착각에 빠진다. 사실은 시간이 모자란 게 아니라, 있는 시간이 전부 부풀어 오른 일에 먹힌 것인데 말이다. 그래서 다음에는 시간을 더 달라고 하고, 늘어난 시간만큼 일은 또 부푼다. 끝없는 되풀이다.
둘째, 오래 붙잡고 있으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믿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날 밤에 몰아서 한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늘어난 건 결과물의 질이 아니라 걱정하는 시간이다.
셋째, 팀에서는 더 커진다. 파킨슨이 봤던 관공서처럼, 사람이 늘면 회의가 늘고, 회의가 늘면 보고서가 늘고, 정작 진짜 일은 그대로다. 바빠 보이는데 아무것도 앞으로 가지 않는 이상한 상태가 된다.
정리하며
파킨슨의 법칙은 우리를 혼내는 말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된다는 관찰이다. 방학 숙제를 미루던 아이도, 로고를 일주일 내내 붙잡는 어른도 똑같은 힘에 끌려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오늘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이렇게 물어보자. "이 일, 진짜로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 그리고 그 시간만큼만 그릇을 내주자. 일은 신기하게도, 딱 그 그릇만큼만 부푼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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