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링: 섭디비전 서피스 — 부드러운 곡면의 원리
각진 상자가 매끈한 공이 되는 마법
찰흙으로 상자를 만들었다고 상상해 보세요. 모서리가 뾰족뾰족하지요. 그런데 손가락으로 모서리를 살살 문지르면 어떻게 될까요? 점점 둥글둥글해집니다. 3D 컴퓨터 그래픽에도 이런 "문지르기 마법"이 있어요. 바로 섭디비전 서피스(Subdivision Surface)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나누어서 부드럽게 만든 표면"이에요.
컴퓨터 속 물체는 사실 각져 있어요
영화나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는 매끈해 보여요. 하지만 비밀이 있습니다. 컴퓨터 속 모든 물체는 납작한 판을 이어 붙여 만들어요. 이 판을 "폴리곤"이라고 불러요. 삼각형이나 네모난 종이를 테이프로 붙여 공 모양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돼요.
판의 개수가 적으면 어떻게 될까요? 축구공이 아니라 주사위처럼 각져 보이겠지요. 판을 아주 많이 쓰면 매끈해 보여요. 하지만 판이 많으면 컴퓨터가 힘들어하고, 사람이 하나하나 만지기도 어려워요.
그래서 똑똑한 사람들이 방법을 생각해냈어요. "적은 판으로 대충 모양을 잡고, 나머지는 컴퓨터가 알아서 부드럽게 만들게 하자!"
어떻게 부드러워질까요? 나누고, 또 나누고!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해요. 컴퓨터가 각 판을 더 작은 판으로 잘게 나눕니다. 그리고 나눌 때마다 점들의 위치를 살짝살짝 안쪽으로 당겨서 둥글게 다듬어요.
색종이로 뾰족한 별을 접었다고 해 볼까요? 뾰족한 부분을 한 번 접으면 조금 뭉툭해져요. 또 접으면 더 뭉툭해지고요. 이걸 계속 반복하면 뾰족함이 사라지고 둥근 곡선처럼 보여요. 섭디비전도 똑같아요. 한 번 나누면 조금 부드러워지고, 두 번 나누면 더 부드러워지고, 계속하면 완전히 매끈한 곡면에 가까워집니다.

위 그림을 보세요. 왼쪽은 그냥 주사위 모양이에요. 오른쪽으로 갈수록 한 번, 두 번, 세 번 나눈 모습인데, 점점 공처럼 둥글어지지요? 사람은 왼쪽의 간단한 상자만 만들었는데, 컴퓨터가 나머지를 해 준 거예요.
겉 상자와 속 곡면: 두 개의 모양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어요. 섭디비전 서피스에는 모양이 두 개 있다는 거예요.
하나는 사람이 직접 만드는 겉 상자예요. 각지고 단순한 뼈대 모양이지요. 전문가들은 이걸 "컨트롤 케이지"라고 불러요. 조종하는 새장이라는 뜻이에요.
다른 하나는 그 안에 숨어 있는 매끈한 속 곡면이에요. 컴퓨터가 겉 상자를 계속 나누고 다듬어서 만들어내는 진짜 결과물이지요.
인형 뽑기 기계를 떠올려 보세요. 겉 상자의 점을 하나 잡아당기면, 안에 있는 매끈한 곡면이 그쪽으로 따라와요. 사람은 단순한 새장만 움직이고, 매끈한 모양은 컴퓨터가 알아서 따라 그려 주는 거예요. 그래서 복잡한 캐릭터 얼굴도 몇 개 안 되는 점으로 조종할 수 있어요.
게임 속에서도 쓰여요
이 기술은 영화에서 먼저 유명해졌어요. 픽사 같은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캐릭터의 통통한 볼과 매끈한 피부를 만들 때 썼거든요. 요즘은 게임에서도 써요. 게임기 안의 그래픽 장치가 물체를 화면에 그리기 직전에, 실시간으로 판을 잘게 나누어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위 그림처럼 단순한 모양이 컨베이어 벨트를 지나듯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점점 잘게 나뉘고, 마지막에 부드러운 모양이 되어 나와요. 이렇게 하면 멀리 있는 물체는 조금만 나누고, 가까이 있는 물체는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컴퓨터의 힘을 아낄 수 있답니다.
모양은 그대로, 조각만 잘게
한 가지 덧붙일 이야기가 있어요. 판을 나누는 것이 항상 물체를 둥글게 만드는 건 아니에요. 가끔은 모양은 하나도 바꾸지 않고 판만 잘게 쪼개기도 해요. 초콜릿 판을 떠올려 보세요. 홈을 따라 조각을 내도 전체 크기와 모양은 그대로지요? 이렇게 나누는 이유는, 나중에 세밀한 주름이나 무늬를 새기려면 작은 조각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도화지가 커야 그림을 자세히 그릴 수 있는 것과 같아요.
직접 써 보면 어떨까요?
모델링 프로그램에서 섭디비전을 실제로 써 본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해요.
쓸 때 좋은 점: 무엇보다 수정이 정말 편해요. 점 수백만 개짜리 매끈한 모델을 직접 고치려면 밤을 새워야 하지만, 섭디비전은 겉 상자의 점 몇 개만 움직이면 매끈한 곡면 전체가 스르륵 따라와요. "캐릭터 볼을 좀 더 통통하게"라는 부탁을 받아도 점 두세 개만 당기면 끝이지요. 버튼 하나로 부드러움 단계를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어서, 작업할 때는 가볍게 보다가 최종 화면에서만 매끈하게 뽑을 수도 있어요.
쓸 때 힘든 점: 내가 만든 모양보다 결과물이 항상 한 뼘씩 "쪼그라들어" 보여요. 겉 상자를 딱 원하는 크기로 만들었는데 부드럽게 바뀌면서 살이 빠진 것처럼 홀쭉해지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조금 크게 만드는 감각을 익혀야 해요. 또 뾰족한 모서리를 살리고 싶을 때가 골치예요. 전부 둥글둥글해져 버리니까, 모서리 근처에 선을 몇 겹 더 넣어 주는 잔손질이 계속 필요해요. 이 선들이 쌓이다 보면 겉 상자가 지저분해져서, 나중에 다시 보면 "이 선이 왜 있더라?" 하며 한참 들여다보게 됩니다.
정리해 볼까요?
섭디비전 서피스는 이렇게 기억하면 돼요.
- 컴퓨터 속 물체는 원래 납작한 판들의 모임이라 각져 있어요.
- 판을 잘게 나누고 다듬는 일을 반복하면 점점 매끈한 곡면이 돼요.
- 사람은 단순한 겉 상자만 만들고, 매끈한 속 곡면은 컴퓨터가 계산해요.
- 겉 상자를 조금만 움직여도 매끈한 모양이 통째로 따라오니 수정이 쉬워요.
다음에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매끈한 캐릭터를 보면 떠올려 보세요. 그 부드러운 얼굴 뒤에는 사실 각진 상자 하나와, 그것을 수없이 나누고 다듬은 컴퓨터의 노력이 숨어 있답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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